책과 함께

놓치고 싶지 않은 이별 - 앤 타일러

대명이 2016. 4. 21. 13:53


책소개

이 책은 아내와의 갑작스러운 사별로 삶의 방향을 잃은 한 남자가 ‘삶과 죽음’,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절망적인 아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을 겪고 홀로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심리적 변화를 앤 타일러만의 부드러운 시각과 섬세한 문체로 담아내,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몰입과 공감을 불러오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책속으로

내가 가장 놀란 것은 모두 건강하다는 사실이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팔목을 당기는 여인네, 서로 떠미는 십대 청소년들, 주차된 차를 남몰래 들여다보는 사내. 그들 모두 육체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교차로에 서 있는 소년은 기운이 넘치는 나머지 우리 차가 지나기를 기다리는 사이에도 제자리 뛰기를 했다. 사람들은 정말 건강해 보였다. 다들 죽지 않을 것 같았다.  53

출근할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게는 일이 구세주였다. 일찍 출근했고, 휴식 시간도 갖지 않았다. 점심을 먹을 짬조차 내지 않았다. 장애물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염려해주는 동료들이었다.  60~61

여전히 계속 아픔을 느끼긴 해도, 나도 모르게 최초의 참을 수 없는 아픔에서는 조금 벗어난 듯했다. 똑바로 앉아서 심호흡을 크게 했다. 내가 정말 이 상황을 헤쳐가고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133

우리는 작은 문제들을 견뎌냈다. 문제들을 덮고 우리의 삶을 살아갔다. 사실 이전처럼 새로운 광채는 없었지만, 영원히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되새기려면 우리가 만난 순간으로 생각을 되돌리기만 하면 됐다.  177

내가 페기에게 말했다. “어떤 면에서는 슬픔이 담요 같은 것으로 덮여버린 것 같아. 여전히 거기 있지만 가장 아픈 구석은…… 말하자면 덮인 거지. 그러다가 이따금 담요 귀퉁이를 들어서 살펴보면…… 와아! 칼로 찔린 것 같지! 그게 변할 것 같지 않아.”  189

내가 보기에 아직 상실감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어른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196

복잡한 동반자. 결혼이란 제도의 모든 문제점을 요약한 말이었다.  200

예전에는 자기가 죽어야 마침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알게 된다는 생각에 빠지곤 했다. 다른 사람이 죽었는데 내 인생살이를 파악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216

그녀가 나 때문에 더 좋은 일자리를 거절했다는 말. 그녀가 나 때문에 감정을 숨겼다는 말. 간단히 말해 그녀가 나를 사랑했다는 말. 273

[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