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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의 시 - 김현승

대명이 2013. 10. 21. 13:11


    
    가을의 시 - 김현승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
    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들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간이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기적汽笛들을 해가 지는 먼 곳으로 따라 보내소서
    지금은 비둘기 대신 저 공중으로 산까마귀들을 
    바람에 날리소서
    많은 진리들 가운데 위대한 공허를 선택하여
    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소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술을 빚어
    깊은 지하실에 묻을 시간이 오면
    나는 저녁 종소리와 같이 호올로 물러가
    내가 사랑하는 마른 풀의 향기를 마실 것입니다
     
    
출처 : Joyful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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