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거창할 것 없는, 그래서 더더욱 특별한 나만의 여행
『뉴욕규림일기』는 책의 제목처럼 언뜻 보면 일기장인지 책인지 헷갈릴 만큼 한 권의 공책처럼 보인다. 장소가 어디든 시간을 내어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아날로그적 기록방식에서 이 책이 시작되었기 때문.
일상의 에피소드나 영감을 늘 그림과 글로 기록하는 작가이지만, 여행지에서는 평소보다 좀 더 많이 쓰고 그린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정취를 최대한 많이 기억하고 싶어서인데, 어디서든 펼쳐 쓸 수 있도록 들고 간 공책이 여행 후 빼곡하게 채워져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난다.
이 책은 개인적인 기록에서 출발한 만큼, 남들이 다 가는 맛집이나 꼭 들러야 하는 뉴욕의 필수코스를 담고 있진 않다. 대신 지하철, 공원, 도서관 같은 생활 속 뉴욕과 거리의 다양한 사람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점과 서점 등에서 느낀 감동을 통해 ‘뉴욕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저자가 선정한 ‘내 맘대로 BEST’와 영수증과 스티커 하나마저 빠뜨리지 않은 촘촘한 기록은 ‘세계에서 가장 개성 있는 도시 뉴욕’을 오롯이 느끼기에 충분하다.
기록과 여행의 매력이 더해진, 누군가의 일기 같은 책
한편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쓱쓱 그린 귀여운 그림과 손글씨가 주는 친근함이다. 힘 빼고 그린 그림과 부담 없는 글로 채워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여행에세이가 아닌 누군가의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한 재미에 빠져든다. 차례와 페이지를 표기하지 않은 것도, 작가가 어릴 적부터 즐겨 쓴 노트처럼 표지를 디자인한 것도, 뉴욕에서 쓴 일기를 최대한 그대로 복각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기록의 매력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당시의 생각과 기분을 오롯이 떠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점에서 여행과 기록은 매우 닮아 있다. 떠나기 전의 설렘과 현지에서의 새로운 경험만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시간이 흐른 뒤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꺼내보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묘미일 것이다.
『뉴욕규림일기』는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시대에 나만의 생각과 관심사를 기록하는 것이 여행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기록을 통해 자기만의 여행을 즐긴 것처럼, 이 책이 누군가에게 여행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 남기를 바란다. 아울러 눈앞의 일상을 소중한 추억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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