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여행산문집

대명이 2016. 7. 15. 09:07


<책소개>

여행을 하며 만난 예상치 못한 인연들과 쌓아 올린 삶의 풍경.

수많은 청춘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사랑에 빠지게 하고, 어디론가 떠나지 못해 몸살이 나게 했던《끌림》이 출간된 지 올해로 어느덧 10주년을 맞는다. '여행'이란 여전히 풍경을 관광하는 것이 아닌, 사람 사이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라 믿는 저자 이병률이 전작에서는 주로 여행길에서 맞닥뜨린 한 장면을 영화의 스틸컷 처럼 포착하여 보여주는 식이었다면, 이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그 장면의 앞과 뒤로 이어지는 서사에 집중하며 더욱 더 진하고 웅숭깊어진,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담아냈다.

함께 시() 캠프를 떠난 사람들과 계룡산 계곡에 앉아 시를 낭송하던 시간, 제주도의 한 동물원에서 조용히 돌고래와 조우한 일, 오래전 잘 따르던 흑산도 소년을 어른이 되어 다시 재회하게 된 일, 한때 문경 여행길에서 스치듯 인연이었던 어르신의 부고를 듣고 그 집에 머물게 된 하룻밤 등 이 책에 존재하는 각각의 산문은 아주 평범한 일상 같기도 하지만 또 전혀 예상치 못한 인연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아름다운 감각과 세심하게 선택된 시적 언어들로 이루어진 이병률의 문장들은 묘한 운율감을 만들어 내며 저마다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사는 사람의 삶이 스케치북 위에서 어떻게 채색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출판사 서평>

[내 옆에 있는 사람]

그동안 이병률 작가의 책은 우리의 엉덩이를 자꾸만 들썩이게 해왔지만 실은 가장 떠나고 싶었던 사람은 작가 스스로였을 것이다. 아니, 반드시 떠나야만 했을 것이다. 자꾸 집을 비우고 길 위에 있어야만 하는 숙명 같은 것.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사람’은 떠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사랑해서 떠나고, 미워해서 떠난다. 물론 둘 다의 감정으로도 떠난다. 그리고 대체로 ‘곁’이 아닌 ‘옆’의 사람이 그 주범이 된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옆’은 ‘곁’보다 훨씬 더 밀착된 상태이다.

‘여행’이란 여전히 풍경을 관광하는 것이 아닌 사람 사이로 걸어들어가는 일이라 믿는 사람의 눈앞에는 실제로 많은 것들이 펼쳐진다. 전작에서는 주로 여행길에서 맞닥뜨린 한 장면을 영화의 스틸컷처럼 포착하여 보여주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장면의 앞과 뒤로 이어지는 서사에 집중하고 있다. ‘보는’ 여행에서 ‘듣는’ 여행으로의 전환이라 하면 어떨까. 많이 듣고, 끄덕이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내면에 쌓이는 것들이 많았겠다.

그곳에서 작가는 사람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 혹은 어느 한 사람의 뒷모습, 그 사람이 남기고 떠난 발자국, 그런 것들을 몰래 그리고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 많았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나라의 사계절만큼이나 뚜렷하게 서늘했다 뜨거웠다 이내 차가워지기도 하는, 그 알록달록한 마음의 움직임으로 사랑도 삶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알게 되었다. 산과 바다를 지척에 두고 살아온 우리만의 고유한 색깔들이 삶이라는 스케치북 위에서 어떻게 채색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기행들은 굳이 여행이라 명명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삶의 확장이며 연장선이라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부러 짐을 챙겨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사실 옳지 않다. 그저 발길을 따라 생활의 배경을 잠시 옮기는 것뿐. 일상을 여행으로 여기며 사는 태도를 가진 자에게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함께 시(詩) 캠프를 떠난 사람들과 계룡산 계곡에 앉아 시를 낭송하던 시간, 제주도의 한 동물원에서 조용히 돌고래와 조우한 일이라든지, 어느 한적한 진안 버스터미널에서 마주친 남자와 여자 사이를 짐작하기도 하고, 오래전 잘 따르던 흑산도 소년을 무려 어른이 되어서 재회한 일, 공항에서 뒤바뀐 다른 사람의 여행가방을 들고 집으로 온 해프닝, 한때 문경 여행길에서 ...(하략)

[예스24 제공]